거래소 한 마디에 널뛰는 코인…"관리·감독 강화해야"
거래소 한 마디에 널뛰는 코인…"관리·감독 강화해야"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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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상장기준·코인 활용 사업계획서 명확히 공개해야
시세 폭락 피해자 구제는 어려워…위험성 이전부터 경고 
23일 오전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37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오전 국내 코인 거래소인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37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대규모 코인 구조조정을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상장기준을 마련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다만 최근 거래소마다 암호화폐 정리에 나서면서 시세가 폭락한 상황에 대해서는 투자자 구제는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국내 거래소 중 거래대금 규모 1위인 업비트는 지난 18일 코인 24종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두 번째로 거래대금이 많은 빗썸 역시 4개 코인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거래대금 규모로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프로비트는 지난 1일 자로 무려 145개 코인을 원화 시장에서 상장 폐지했다. 상폐된 코인은 말 그대로 휴짓조각이 됐고, 상폐가 우려된다는 소문만 나도 수십%씩 가격이 떨어졌다.

반면 지난 15일 코인 8종을 상장 폐지하겠다고 밝힌 코인빗은 지난 23일 돌연 상장 폐지 일정을 연기한다고 알리며 해당 코인 가격이 20배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이렇듯 거래소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각 코인이 급등락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만 3건이 올라왔다.

이 중 한 민원인은 청원을 통해 "정부 기관에서 코인 시장에 개입하면서 코인에 투자한 국민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보는지 알고 있냐"며 "암호화폐의 제도권 도입이건 세금 징수건 다 좋지만, 그걸 빌미로 코인에 투자한 국민들을 나락으로 몰고 가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라에서 관여할 거였으면 코인 시장이 잠잠하고 국민들의 투자가 많지 않았을 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인 시세 등락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긴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윤민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금융소비자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정부 차원에서는 이전부터 불안정한 자산에 투자하는 게 잘못된 것이란 신호를 보냈기 때문에, 시세 폭락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구제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에 대해 미리 단속하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어설픈 해결책을 마련하게 되면 시장에 더욱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며 "이런 부분은 투자자들이 직접 법률 구조 공단 등을 통해 지원을 받는 방법을 알아보는 게 좋을듯 하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코인의 가격 변동이나 상장폐지, 거래정지까지는 금융당국이 어떻게 할 수 없다"며 "투자자들이 사적으로 권리구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의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윤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정부가 코인 상장과 관련해 법적으로 명확한 기준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거래소가 자체적인 상장기준이 있다고는 하지만 공개되지도 않아 굉장히 불명확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시장 참여자가 가상자산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가상자산을 발행할 때 발간하는 백서(사업 계획서)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며 "또 사업 진행이 백서에 명시된 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책임도 발행자와 취급 업소에 물을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23일 '가상 자산 TF 제1차 회의'를 열고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및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TF 단장인 유동수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가상자산 이용자의 보호 및 산업적 측면을 고려해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