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업종간 ‘융합’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위기 속 살기 위한 생존법이다. 업종간 사업 경계는 이미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4차산업혁명 시대 기본이 될 ‘융합’에 오히려 속도가 붙었다. 기업들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융합형 비즈니스 기회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신아일보>는 연중기획으로 ‘살길은융합’ 업종별 시리즈를 마련했다. 각 CEO 경영스타일을 분석, 이에 맞춘 융합 전략과 미래사업을 파악해 본다. 이번 시리즈는 통신업종 CEO를 파헤치는 시간이다. <편집자 주>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신성장동력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양한 산업분야에 어울리는 5G 기반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 전통적인 내수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 진화를 꾀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황 대표는 일반 가입자들의 통신비에만 의존하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미디어, 네트워크 등 다방면에서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그 중 핵심은 5G 망을 기반으로 한 B2B·B2G(기업·정부간) 사업이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폰 5G망과 분리된 기업형 5G 통신망(5G 기업전용망)으로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업용 기기(센서, 로봇, PDA, 지능형CCTV 등)나 업무용 단말(휴대폰, 태블릿 등)에 5G 망을 적용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사례는 발전회사인 GS EPS다. LG유플러스는 GS EPS와 5G 스마트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전용망을 기반으로 원격운영, 설비진단, 물류 자동화 등 발전소 시설의 운영관리를 혁신하는 방식이다.
‘5G 스마트항만’도 LG유플러스의 대표적인 신사업이다. LG유플러스는 이 사업을 통해 △크레인 원격제어 △화물을 자율주행으로 운반하는 야드트랙터 △항만 내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인공지능(AI) 환경 구축 등 미래 항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첫 단계는 5G 기반 크레인 원격제어다. 이는 크레인에 직접 탑승하지 않고 관제센터에서 모니터와 원격제어 콘솔을 통해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기술이다. 현재 부산항에서 시범운영 중이며 광양항 등에 확대 적용 후 연내 상용화 한다는 방침이다. 또 물류와 건설 부문으로 자동화 기술을 확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5G 순찰로봇을 비롯해 방역·물류 등 다방면에서 5G 로봇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콘텐츠분야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5G 상용화 초기부터 VR·AR(가상·증강현실) 등 실감형 콘텐츠 확보를 추진했다. 지난 2019년 AR 스튜디오를 마련해 2100편 이상의 콘텐츠를 생산했고 VR 콘텐츠도 매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현재 LG유플러스가 서비스 중인 VR 콘텐츠 수는 2300여편으로 국내최대 규모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초기 음악방송, 스타 데이트 등에 머물렀던 콘텐츠 수준을 글로벌 공연, 드라마, 예능, 영화, 스포츠 등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엔 자신들이 의장사를 맡은 글로벌 5G 콘텐츠 연합체 ‘XR 얼라이언스’를 통해 신규 VR콘텐츠 ‘Space Explorers: The ISS Experience’ 에피소드2도 공개했다.
이는 LG유플러스가 ‘통신업은 내수산업’이란 이미지를 깨고 수출 기업으로 진화하는 바탕이 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10월 차이나텔레콤에 AR·VR 등 5G 콘텐츠와 솔루션을 수출했다. 이어 지난해 △홍콩텔레콤에 K-POP 음악방송 등 VR콘텐츠 △대만 청화텔레콤에 VR 공연 콘텐츠와 멀티뷰 등 5G 기술을 공급했다. 일본 KDDI에는 두 차례에 걸쳐 VR·AR 콘텐츠를 수출했다. 올해 들어선 지난달 태국 최대 이통사 AIS와 역대 최대인 1114만달러의 5G 솔루션·콘텐츠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LG유플러스는 연내 관련 스튜디오를 더 마련하고 콘텐츠 제작에 고삐를 당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감상에 집중된’ 5G 서비스를 양방향 서비스로 진화시킬 계획”이라며 “20~30대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이 폭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시장 저변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