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앞길 깜깜…선택지에 맡겨진 '900여명 일자리'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앞길 깜깜…선택지에 맡겨진 '900여명 일자리'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4.2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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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구체적인 결론 못 내고 기약 없이 '다음 기회로 유보'
통매각 성사 시 고용승계 가능성 크지만 인수사 마땅치 않아
분리매각 시 직원 운명 제각각…청산으로 가면 대량해고 우려
서울시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진=한국씨티은행)
서울시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진=한국씨티은행)

씨티은행의 한국 소비자금융 철수 방법이 오리무중에 빠지면서 직원들의 일자리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이사들이 최근 머리를 맞댔지만, 언제일지 모를 다음 기회로 출구 전략 도출을 미뤘다. 통매각이 성사될 경우 그나마 고용 승계 가능성이 크지만 인수사가 마땅치 않고, 분리매각을 진행할 경우 직원들은 제각각 다른 운명을 맞게 된다. 매각 없이 소비자금융이 청산될 경우에는 900여명의 일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29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 출구 전략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이사회는 씨티그룹이 지난 15일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에서 소비자금융 출구전략을 발표함에 따라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씨티은행은 이 자리에서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의 전체 매각과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 등의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구체적 일정이나 내용을 확정하지 못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소비자금융 출구전략의 모든 실행 방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면서도, 늦지 않는 시일 안에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추가로 이사회 개최해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명확한 계획이 도출될 시점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에서 손을 뗀다는 것 외에 어떤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을 어떤 방식으로 떼 내느냐에 따라 직원 고용 안정성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씨티은행 임직원 수는 약 3500명인데, 이 중 소매금융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은 939명으로, 전체의 27%를 차지한다.

씨티은행노조가 지난 27일 서울시 종로구 씨티은행 앞에서 소비자금융사업 매각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사진=씨티은행노조)
씨티은행노조가 지난 27일 서울시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앞에서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사진=씨티은행노조)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을 통매각할 경우 직원 고용승계가 비교적 순조로울 수 있다고 전망한다. M&A(인수·합병)를 통해 인수사가 소비자금융 사업을 모두 인수하게 되면, 인력도 포괄 승계돼 가장 안정적으로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씨티은행 소비자금융을 받아들일 만한 회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하나같이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인수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다음으로 고려할 방법이 사업 부문을 카드와 자산관리, 은행업무 등으로 쪼개 매각하는 '분리매각'인데, 이 경우 직원 고용승계 셈법이 복잡해진다. 사업 부문별로 직원들이 직장을 지킬 수도 잃을 수도 있다. 씨티은행이나 인수사에 직원들의 뜻을 관철해야 하는 노동조합도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수 없게 되면 결국 노동조합 동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도 매각이 어려운 상황이 되면, 점진적 철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일 수 있는데, 이 경우 씨티은행 자체적인 대규모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씨티은행노조는 회사가 직원 고용 유지를 우선순위에 올려두고 소비자금융 철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씨티은행노조 관계자는 "씨티그룹에서 소비자금융사업 출구전략을 발표했지만, 직원들의 고용 유지를 이어갈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며 "특히, 모든 직원의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운 분리매각이나 자산 청산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씨티은행 소비자금융사업 출구 방안이 나오게 되면, 그에 따른 고용유지 방안 등 관련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씨티은행에서 출구전략에 대한 확정된 사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확한 방안이 나오게 되면, 그 방식에 따라 직원들의 고용유지를 위한 조치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