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예금에 대출로 재원마련…내년 2차분 재원부터는 ‘미확정’
사회환원 실천방안도 발표…코로나19 극복 의료공헌에 1조 투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일가는 약 12조원 규모의 상속세 중 2조원을 이달 우선 납부한다. 이와 동시에 삼성 일가는 코로나19로 대두된 감염병 극복 등 의료공헌을 위해 1조원을 기부하는 사회환원도 실천한다.
삼성은 28일 이재용 부회장,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상속인들이 마련한 상속세 12조여원 납부방안과 사회환원 계획 내용을 발표했다.
삼성 일가는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속세 12조원은 역대급 납부액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우리 정부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에 달한다.
상속세 납부는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분납할 예정이다. 삼성 일가는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12조여원 가운데 6분의 1 규모인 2조원은 오는 30일 상속세 신고와 함께 납부하게 된다. 이어 나머지 10조원에 대해선 5년에 걸쳐 분납하는 연부연납 방식으로 진행된다. 5년간 분할 납부 시 연 이자율은 1.8%가 될 전망이다.
다만 상속세 재원마련에 대해선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30일 납부하게 될 1차분은 보유 예금에 부족한 금액은 대출을 통해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출은 금융권으로부터 직접 받을 전망이다. 이외에도 주식·부동산·배당금 등을 담보로 은행의 ‘납세보증서’ 또는 보증보험사의 ‘납세보증보험증권’을 받아 국세청에 제출하는 방안도 관측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내년부터 납부할 2차분 이후 재원 마련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삼성SDS 등 지분 매각을 통한 상속세를 마련 시나리오도 예상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상속세 납부방안 발표와 함께 이날 의료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의 사회 환원 실천방안도 제시했다. 우선 삼성은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극복에 1조원을 기부한다. 특히 이중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만큼 감염병 대응에 7000억원을 내놓는다.
또 고 이건희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이 국립기관 등에 기증한다. 대표적으로 ‘인왕제색도’ 등 국보 14건을 비롯해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등장, 국민들 모두가 볼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문화 향유권 제고에도 기대가 모아진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