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영 교수 "제약바이오 잠재력 극대화된 시기, 기회 놓치지 말아야"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연매출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개발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도전과 정부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산·학 전문가들은 30일 오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생중계한 ‘K-블록버스터 글로벌 포럼’에서 국내 환경에 맞는 전주기 블록버스터 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 진입, 메가펀드 조성 등의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원희목 회장은 인사말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도전할 충분한 역량을 갖춰가고 있음에도 해외 기술수출이라는 중간 출구전략을 주로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가 당장의 기술수출 성과에 만족한다면 우리는 국민의 기대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요구되는 기술·자본·인력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답을 찾아야 한다”며 “선진 제약강국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성공사례를 살펴 우리만의 최적화된 전략으로 K-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을 위한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시영 연세대 의대 교수는 ‘왜 지금 K블록버스터인가’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코로나19로 생명과학기술이 삶의 행복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존재를 유지시키는 핵심 기술이라는 것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의약품·의료기기 등을 자족할 수 있는 국가저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알게 됐다”며 “향후 3~5년 내 이 분야에서 점핑하지 못하면 국가적으로 위험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1970년대 A제약사의 매출은 당시 삼성전자와 비슷했지만 40여년이 지난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글로벌 시장 노크를 못하고 있다”며 “작은 내수시장, 높은 수입의존도 등 많은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범국가적인 체계적 대응이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실제 노바티스, 로슈 등 세계적인 제약사를 배출한 스위스 등 사례를 보면 산업 육성을 위해 니즈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법제를 바꾸며 경계를 허무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일찍부터 활성화했다.
또 IPO(기업공개)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국내 바이오 창업 기업들과 달리, 빅파마들은 벤처창업·기술이전·M&A(인수합병) 가속화로 성장하며 파이프라인의 초창기 가치 평가를 통해 다양한 블록버스터 개발 생태계를 구축했다.
송 교수는 “정부의 투자도 부처별 지원과제가 분산돼 있거나 대부분 대학에 투자된다. 미국은 보건의료 R&D(연구개발) 예산의 약 90%를 국립보건원(NIH)에 투자, 혁신 프로젝트 개발에 집중(10년간 48억 달러 규모)한다”며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잠재력이 용솟음치는 시기에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쿠자라이즈 영국 케임브리지 의대 밀너 연구소장은 밀너 의약연구소를 주축으로 형성된 케임브리지 대학 의생명과학 생태계를 조명하고, 산·학·연 협업을 통해 기초연구와 사업화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전략을 소개했다.
데보라 코베카 이밸류에이트 CEO는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의 트렌드와 사업모델을, 마티아스 뮬렌벡 머크 글로벌 사업개발부문 총괄책임자는 엑셀러레이팅을 통한 머크의 혁신 생태계 조성 방안을 각각 제시했다.
박수희 재미한인제약인협회(KASBP) 회장은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인적 자원과 조직 역량의 중요성을, 방영주 방&옥 컨설팅 대표는 빅파마의 후기임상 멤버로 참여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3상 도전의 어려움과 성공 전략을 각각 설명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제시됐다.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개발 모델’ 주제 발표에서 “초기단계 기술수출 등에 강점이 있지만 혁신신약의 글로벌 임상과 사업화 성과는 미비했던 국내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신약개발 자본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대표는 “신약개발 투자를 위한 자본시장을 정부지원, 민간펀드, 제약바이오기업 등 3가지로 구분했을 때 대부분 초기 단계에 R&D·투자 포트폴리오를 집중하고 있거나 임상 후기 R&D 투자에 대한 한계에 부딪혀 기업들이 초기 기술수출에 의존하는 양상”이라고 언급했다.
투자규모는 늘고 있지만 블록버스터 개발을 위해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후기 단계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허 대표의 지적이다.
허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의 민관 합동형 파트너십(PPP)이 요구되며, 우리나라에도 후기 임상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약 1조원 규모의 ‘메가펀드’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메가펀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초기 기술수출에서 후기 임상개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메가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기술의 혁신성 및 사업성을 기반으로 후보를 선별해 국가대표 신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약바이오기업과 바이오텍은 각자도생할 것이 아니라 컨소시엄 등을 구성해 뭉치고 기술과 개발 역량의 시너지를 내야할 것”이라며 “K-블록버스터 개발을 지원할 민·관 협의체를 구성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