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령·김남정·신동원 사내이사 선임, 새 먹거리 장착 '관전 포인트'
식품 상장기업들의 굵직한 주주총회가 이번 주 이어지는 가운데, 오너가의 사내이사 선임과 신사업 발굴이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책임경영 강화와 함께 미래 먹거리 장착으로 코로나19 이후 더욱 커진 불확실성이 대응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단 의지가 엿보인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관련업계와 따르면, 3월23일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한 롯데그룹 계열 식음료 기업들을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주요 식품 상장기업들의 정기 주총이 잇달아 열린다. 주요 안건으론 오너가 2~3세의 사내이사 선임과 새 경영진 발탁, 신사업 추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개선) 경영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대상그룹 지주사인 대상홀딩스는 임세령(44) 대상그룹 전무의 등기이사 등재를 안건으로 올렸다. 임 전무는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의 장녀다. 지난 2016년부터 대상과 계열사 초록마을 마케팅 담당중역을 맡았고, 올해부턴 대상홀딩스 전략담당중역을 함께 수행 중이다. 지난해엔 동생이자 임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전무가 대상의 등기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대상은 이번 임세령 전무의 등기이사 등재를 추진하며, 자매경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동원그룹 2세인 김남정(48) 동원엔터프라이즈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김재옥 동원F&B 대표와 함께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예정이다. 김남정 부회장은 창업주인 김재철 동원 명예회장이 지난 2019년 자리에 물러난 이후, 경영권을 이어 받으며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실적성장을 이뤄냈다.
농심은 신동원(63)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상정한다. 신 부회장은 창업주인 신춘원 농심 회장의 맏아들이다. 지난 1979년 농심에 입사한 후 상무이사,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쳐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다. 농심은 이와 함께 이달 임기가 끝나는 신춘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신 부회장이 차기 농심 회장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홍원식(71) 남양유업 회장도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에 재선임될 예정이다. 홍 회장은 지난 1994년부터 남양유업 이사로 재직 중이다. 특히, 11년 만에 지난해 매출 1조원 밑으로 추락하고 브랜드 이미지까지 하락하면서 경영 전반을 책임져야 할 홍 회장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 식품 계열 전반을 책임지는 이영구(59) 식품BU장을, 오뚜기는 라면 전성기를 이끈 황성만(59) 부사장을, CJ제일제당은 김소영(49) BIO AN사업본부장(부사장)을 각각 새로운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지난해 외식업계 최초로 직상장을 한 교촌에프앤비는 황학수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을 상정하지 않는 대신, 외부에서 영입한 조은기(58) 전 SK이노베이션 CR전략실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했다.
식품기업들의 신사업 추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주총에서 ‘기타 음·식료품 위주 종합 소매업’과 ‘포장용 플라스틱 성형용기 제조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롯데칠성은 앞서 지난달 롯데알미늄의 페트(PET)사업 일부에 대한 영업양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롯데푸드는 ‘계면활성제, 화장품 및 화장품 원료의 제조·판매, 수출입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정관에 추가한다.
동원F&B는 무인판매업과 배달음식서비스업, 떡류 제조·가공 판매 유통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한편, 기존의 동원몰·더반찬& 등 온라인사업 부문을 합쳐 ‘동원디어푸드’를 신설·분리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비대면·온라인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양식품은 주총을 통해 이사회 직속의 감사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회 전원을 회계·재무·법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로 구성한다. 이에 따라 ESG 경영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한편, 주요 식품기업의 주주총회 일정은 △3월23일 롯데칠성음료·롯데제과·롯데푸드 △24일 동원F&B △25일 농심·풀무원·신세계푸드·빙그레 △26일 CJ제일제당·대상·오뚜기·하이트진로 △30일 하림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