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휘는 적정자시, 구본혁은 연장자시, 구본규는 흑자전환시 '유력'
'구본웅-구본권'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LS 경영 데뷔시기 '초점'
재계 세대교체에 속도가 붙었다. 무게를 잡던 아버지 총수 세대는 사라지고 있다. 스킨십경영의 40~50대 젊은 총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을 필두로 그동안 얼굴을 내밀지 않던 오너 2~4세 후계자들까지 전면에 나서고 있다. <신아일보>는 연중기획 ‘후계자들’이란 코너를 마련했다. 국내 그룹사의 후계구도 및 경영승계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 차기 오너가 그리는 기업은 어떤 것인지 한 그룹씩 짚어본다. <편집자 주>
구본혁 예스코 사장, 구본규 LS엠트론 부사장, 구동휘 E1 전무가 LS그룹 ‘우애경영’과 ‘분리경영’ 갈림길에 선다.
이들 오너 3세는 LS 주요사업에 맞춰 ‘삼각편대’를 형성, 올해 각각 주요 계열사를 이끌게 됐다. 따라서 올해 어떤 능력을 보이느냐에 따라 총수 우선순위 또는 그룹 분리 가능 밑그림이 그려질 전망이다.
이에 더해 LS 지분을 몽땅 털어낸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 아직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은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상무까지 더하면 LS그룹 미래 총수 후보는 최대 5명이 된다.
LS그룹은 총수인 구자열 회장이 경제계를 대표하는 한국무역협회 회장에 올라 그룹 경영일선 퇴진을 예고한 상태다. 이어 구자열 회장의 사촌 동생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통상적인 LS그룹 ‘사촌경영’ 방침에 따라 차기 총수가 확실시 된다. 이 경우 1대 구자홍, 2대 구자열에 이은 3대 구자은까지 2세대 장남은 모두가 사이좋게 총수 직을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올해는 2세대 마지막 총수와 함께 미래 총수가 될 오너 3세들 존재감에 이목이 집중된다. 구자은 이후 시대인 오너 3세들도 아버지 세대들처럼 사촌간 ‘우애경영’을 이어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2세대 아버지들은 사촌 간이었지만 3세들은 육촌 이상으로 벌어진다.
이중 올해부터 예스코홀딩스, LS엠트론, E1 등 LS 핵심기업을 각각 이끌게 된 구본혁 사장, 구본규 부사장, 구동휘 전무가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우선은 3파전이다.
당장 구동휘 전무가 눈에 띈다. 유일한 적정자인 구본웅 대표가 LS에서 빠지면서 가장 유력한 미래 총수 후보자가 됐다. 구동휘 전무는 고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열 회장의 아들이다.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LG그룹에서 분리된 만큼 구동휘 전무가 여기에 가장 가깝다. 구동휘 전무는 올해 E1으로 자리를 옮겨 COO(최고운영책임자)에 올랐다. E1은 지난해 주력사업인 액화석유가스(LPG) 사업이 타격을 받아 영업이익이 62.8% 떨어졌다. 위기에 놓인 E1을 친환경으로 살려내야 한다.
가장 연장자인 구본혁 사장도 가장 빠른 총수 타이틀을 달 가능성이 충분하다. LS 1세대들은 LG 창업자 구인회 회장의 셋째(구태회) 넷째(구평회) 다섯째(구두회) 아들이 분리해 만든 회사다. 적정자 후계 논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구본혁 사장은 지난해 예스코홀딩스 대표에 오른데 이어 올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예스코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반토막 났다. 올해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본격화해 사업을 끌어올려야 하는 게 과제다.
LS엠트론을 이끄는 구본규 부사장도 우선순위로 올라설 수 있다. 내년 차기 총수로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확정적인 만큼 같은 기업 타이틀을 단 구본규 부사장이 가장 가까워진다. 다만 3년째 적자를 내고 있는 게 문제다. 올해 첫 CEO 타이틀을 단 규본규 부사장이 이 위기를 흑자전환으로 성공시킨다면 단번에 급부상한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아직 수면위로 들어나지 않은 구본권 상무도 있다. 구 상무는 구태회 명예회장의 4남 구자철 회장의 장남이다. 현재 LS니꼬 동제련에서 근무 중이다. 서열상 거리가 멀지만 LS그룹 특성상 총수 가능성은 충분하다.
적장자로는 1순위인 장손 구본웅 대표도 무시할 수 없다. 구본웅 대표는 2019년 말 LS지분을 모두 털고 그룹 사업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독자 행보를 보이며 벤처투자 사업을 펼친 구본웅 대표는 현재 미국에 벤처캐피탈(VC) 포메이션8을 설립했다. 이같은 능력이면 충분히 LS그룹 내 입지변화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평가다. 고 구태회 LS그룹 창업주의 장손이자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인 그가 돌아온다면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LS는 크게 3개의 축으로 나눠진 상태다. 총수는 전체를 관리만 할뿐 사실상 예스코와 E1 등 2개 계열사는 홀딩스 체제를 구축, 독자 경영체제를 보이고 있다”며 “3세가 총수가 될 미래에는 다시 분리 경영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LS 관계자는 “오너가 3세들은 그룹 내 주요 기업을 돌아가며 맡고 있다”며 “3명 다 골고루 다양한 경험을 쌓아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