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량 감소로 희소성 커지지만 본질적 가치에는 물음표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국 통화량이 급증한 가운데, 투기적 자금이 일시에 몰리며 연초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채굴량에 기반한 비트코인 공급 특성상 희소성이 계속 커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공급 우위 시장이 형성될 수 있지만, 본질적 가치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리며 최근에는 다시 버블 논란과 함께 하락세를 보인다.
18일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51분 현재 비트코인은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118만1000원(2.94%) 내린 개당(1BTC) 3903만5000원을 기록 중이다.
같은 시각 디지털 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47만6000원(1.20%) 하락한 개당 390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이하 빗썸 기준)은 지난 7일과 8일 각각 11%대 급등하며 8일 종가 기준 개당 4744만9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다만, 지난 8일 최고점을 찍은 뒤 4거래일간 총 21.3% 급락하면서 3733만2000원까지 주저 앉기도 했다.
◇ 넘치는 유동성에 인플레 헤지 매력 부상
전문가들은 연초까지 나타난 비트코인 가격 상승 배경에는 유동성 증가로 인한 화폐 가치가 하락과 기관 자금 유입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작년 5월 이후 비트코인 공급(채굴) 양이 절반으로 줄어든 시기(반감기)를 거친 것도 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지난 13일 발표에 따르면, 작년 11월 시중 통화량은 광의통화(M2) 기준 전년 동월 대비 27조9000억원(9.7%) 증가한 3178조4000억원에 이른다.
또,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미 국채 순발행 규모는 4조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 연준은 지난 3월 이후 재무부 중장기채를 2조달러 이상 순매수했다. 연준은 매달 1200억달러 규모 자산 매입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연준 자산은 코로나19 이전 3조달러에서 현재 7조달러 이상으로 증가한 상황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막대한 유동성과 달러의 시장 공급으로 화폐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며, 달러약세에 대한 압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그 대안으로서 비트코인의 매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기관투자자의 잇따른 시장 진출은 가상자산 시장의 자금유입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확대되며 모든 자산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미국 중심 기관들 수요가 들어온 것에 더해 투기적 유인이 결부된 것 등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며 "수급 측면에서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제한적이다 보니 그런 측면에서 가격 상승 요인 자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제한된 공급량…실용성 획득은 회의적 시각도
비트코인은 이자나 배당과 같은 현금 흐름이 없다. 공급량은 총 2100만개로 불변이다. 비트코인 공급은 '채굴'이라는 행위를 통해서만 늘어날 수 있는데, 이렇게 채굴을 통해 보상으로 주어지는 비트코인 양은 약 3년 9개월 정도마다 절반으로 계속해서 감소하는 구조다.
현재 비트코인은 블록당 12.5개에서 6.25개로 보상이 줄어든 상태다. 누적 발행량은 전체의 89%인 1860만2750개 수준이다. 오는 2030년경 비트코인은 정해진 발행량의 99%가 생성될 전망이며, 2140년경 공급이 끝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실용성 측면에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더 강하다고 설명한다. 현재 국내에서 비트코인은 화폐 기능을 하지 못한다. 미국에서도 최근 결제 플랫폼 페이팔이 비트코인 거래를 허용하고 있지만, 플랫폼 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하지 외부로 입출금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현지 언론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기록적인 랠리를 보이면서 유망 자산인지 버블인지에 대한 논란이 점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국 정책 입안자의 연이은 경고도 투자 심리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주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 투자자들에 "소비자들이 이런 종류의 상품에 투자한다면, 모든 돈을 잃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라고 발언했다.
피터 브래너 APG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가치를 부여할 때만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 선점효과에 '디지털 금' 전망도…신뢰 확립 '관건'
비트코인이 유망 자산이라는 근거로는 현재 비트코인 신뢰도가 금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예를 들어 국내 포털 기업의 글로벌 시장지배력 확대는 구글 등의 시장지배력 확대보다 훨씬 더 큰 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자산 중 비트코인을 대체할 수 있는 자산이 새로 등장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날 기준 전 세계 코인들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 를 상회하는데, 비트코인은 시가총액 1위(7194만달러)로 전체의 66.2% 비중을 차지한다.
블룸버그통신은 가상화폐와 토큰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해 현재 1000개가 넘지만, 비트코인은 가장 오랜 세월에 걸쳐 유효성이 증명이 되고 있으며, 가장 높은 인지도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측면에서 비트코인 이외 '디지털 금'과 같은 자산 효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코인이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금값이라고 하는게 왜 올라가는지 생각해보면 결국 금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비트코인은 지난 2017년 최고가는 2000달러 수준에서 형성됐는데, 작년 전고점을 돌파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추세에서 향후 관건은 신뢰 확립 여부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내년 1월1일 이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거래 소득에 대해 250만원 이상부터 20% 양도세가 부과된다.
김형중 고려대 교수는 "처음에는 화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화폐로 쓰이기에 가격이 너무 올라버린 측면이 있다"며 "JP모건 등 기관투자자 시각 변화도 기여한 바가 있다. 비트코인 방향성은 일종의 새로운 형태의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는 작년 12월 비트코인이 개당 40만달러, JP모건은 비트코인이 대체 자산으로서 금과 경쟁 중이라 장기적으로 개당 14만6000달러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