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업계 "인적·재정 취약한 업체에 너무 가혹" 맹비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노동계는 처벌 수위가 낮아진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반면 중소기업계는 과잉 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정의당과 고 김용균 씨 어머니 등이 법안 제정을 촉구하면서 단식 농성에 돌입한 지 27일 만이다.
제정안은 △사업주·경영책임자에 대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부과 △법인에 대한 50억원 이하 벌금 부과 △작업중지·영업중단 등 기업에 대한 행정제재 △손해액 5배 이내의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노동자가 여러 명 다치는 산업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경영 책임자가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법인이나 기관의 경우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예정이다.
쟁점 사안 중 하나인 법 시행 유예기간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3년이 주어졌다. 당초 정부에선 이를 4년으로 하는 것을 제시했지만, 1년 앞당겼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법안심사1소위원장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회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법 시행 후 2년으로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법 시행은 법안 공포 후 1년 뒤로 잡혔기 때문에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의 유예기간을 갖게 된 것이다.
경영 책임자의 범위는 대표이사 또는 안전관리이사로 정했다. 경영 책임자의 의무는 '안전·보건조치'이고, 건설공사 등을 발주한 경우에는 발주처에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공무원 처벌 부분은 제외했다. 공무원이 가진 인·허가권이 중대재해의 원인이 됐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처벌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입법부가 내린 결론이다.
반대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대재해를 발생시켰을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중대시민재해'도 처벌 대상으로 확정했다. 중대시민재해로 사망 사고가 발생하거나 여러 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을 경우 책임자의 처벌 내용은 중대산업재해와 같다.
중대시민재해 처벌 대상에서 근로자 10인 미만의 소상공인이나 면적 1000㎡ 미만 다중이용업소는 예외로 적용했다. 학교와 시내버스·마을버스도 제외 대상이다.
소위원회 문턱을 넘은 재해기업처벌법은 법사위 전체회의와 8일 임시국회 본회의를 거쳐 정부로 이송된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14개 단체로 구성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산재 사고는 과실범임에도 중대 고의범에 준해 징역의 하한을 정한 것은 법리적으로 모순이고,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 역시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며 "인적·재정적 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게는 너무 가혹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주 징역 하한규정을 상한규정으로 수정 △사업주 처벌은 반복적인 사망재해로 한정 △사업주가 지킬 수 있는 의무를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하고 해당 의무를 다하였다면 면책 △50인 이상 중소기업에 2년 이상의 준비기간 부여 등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