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승부수'에 與 내부 반발 목소리… 일각서 사퇴 촉구도
긴급 최고위 열고 '사면론' 논의… "충정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에 꺼내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론'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여권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와 이 대표로서도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적절한 시기가 오면 대통령께 직접 건의 드릴 생각"이라며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지층의 찬반을 떠나서 건의하려고 한다"고 했다.
사면 논의가 본격화한다면 이 대표는 '통합형 리더' 이미지를 구축하며 중도로의 지지층 확장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통합 이슈를 선점하고 차기 지도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당내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사면론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승부수'라는 것이다.
실제 당내에서는 '친문'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기적으로도 내용 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했고 정청래 의원도 "가해자들이 진정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이제 됐다. 용서하자'라고 국민적 합의가 됐을 때 용서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라며 "탄핵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용서할 마음이 없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지도부 내에서도 조율이 안 된 채로 나온 메시지라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민주당은 3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면론에 "국민의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국민 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했다"고만 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누구 마음대로 사면을 요청하느냐", "당의 대표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당대표는 필요없다"는 등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만약 여권 내부와 강성지지층의 반발 속에 이 대표가 꺼내든 사면 카드가 무산되면 그는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범보수 진영 반응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은 집권여당 대표의 사면 언급의 배경에 거리를 두며 신중한 반응을 취한 반면, 탄핵정국에서 극명하게 대립했던 보수진영 인사들 사이에선 환영 입장이 나온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이 대표의 사면론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며 언급을 피했고, 안 대표는 "전직 대통령 사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날을 세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적극 동의하며 환영한다"고 했고, 하태경 의원은 "이 대표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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