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는 정치권이 입법을 추진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중대재해법)’에 대해 공동성명서를 내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높은 수위의 처벌로 산업재해를 해결하려는 입법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정책 강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국내 30대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는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대해서 필연적으로 가혹한 중벌을 부과하려는 중대재해법의 제정에 반대한다”며 “헌법과 형법을 크게 위배한 입법추진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단체는 “중대재해법은 모든 사망사고 결과에 대해 경영책임자와 원청에게 책임과 중벌을 부과하는 법”이라며 “관리범위를 벗어난 불가능한 것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자리와 위치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공동연대 처벌을 가하는 것으로 연좌제”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은 사회적 재해가 발생한 기업에게 매출의 10%까지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고, 영업허가 취소·정지 등을 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특히 기존 산업안전법과 달리 최고경영자(CEO)에게 형사처벌을 내릴 수 있다. 또 ‘5년간 중대재해법 위반 3회 사업주의 업장에서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위험방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법을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방침을 정하고, 당내 의견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경제단체는 이에 대해 “유해·위험방지라는 의무범위도 추상적·포괄적”이라며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고, 형법상 ‘책임주의·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또 “중대재해법 제정 시 기업 CEO와 원청은 최선을 다해 산업안전보건활동을 해도 중형을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을 떨칠 수 없다”며 “산업안전 투자와 활동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 단체는 “선진산업국은 우리나라보다 산재 처벌수위가 낮으면서도 사고율까지 낮다”며 “우리나라 산업재해 발생률을 낮추려면 ‘사후처벌’에서 ‘사전예방 정책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제단체는 △산업안전보건규칙 전면 재정비 △경영책임자-현장안전책임자, 원·하청 간 책임소재 정립 △산업안전전문요원 운영 △범국가적 안전보건 인프라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망사고 발생 시 형량을 가중시킬 수 있는 개정 산업안전법이 올해 시행된 만큼 중대재해법의 필요성을 중장기적으로 논의해 나가는 것이 합당하다”며 “지금은 사후처벌 강화가 아니라 사전 예방정책 강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동기자회견에는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전무,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정병윤 대한건설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