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전략 무기들을 선보이면서도 차후 대화 국면을 염두에 둔 듯 수위조절을 해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10일 열병식에서 길이와 직경을 늘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북극성-4A형 등 전략 무기들을 공개했다.
자위적 억제력 강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미국의 대북 제재에 맞서 '자력갱생'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반도 긴장 상황이 여전하다는 점을 방증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때문에 임기 후반기 '종전선언' 카드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려던 문 대통령의 구상 역시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이어, 최근 코리아 소사이어티 기조연설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종전선언을 호소한 바 있다.
여야는 북한의 전략무기 공개에 12일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ICBM 등 증강된 무기는 북한이 대량파괴무기 개발 의지를 꺾지 않았으며 한반도 및 세계평화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야권도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악어의 눈물'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북한에서 열병식을 통해 고도화된 대륙 간 탄도미사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직접 위협하는 방사포도 드러냈다"며 "명백한 군사합의 위반이자 안보위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달라진 게 아니라 더욱 위험이 커졌다"며 "(김 위원장은) 우리 국민을 총살해 놓고 남녘 동포 운운하는 악어의 눈물에 경악을 금하기 어려웠다"고 맹비난했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백악관은 현재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열병식에 분노했다는 전언이 나와 관심을 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 소속으로 외교·안보 분야를 담당하는 알렉스 워드 기자는 11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ICBM과 자체 제작한 트럭 발사대(이동식 발사대)가 공개된 북한의 열병식에 대해 트럼프가 진심으로 화를 냈다고 가까운 소식통이 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는 김정은에 대해 정말로 실망했으며, 그런 실망감을 다수의 백악관 관리들에게 표출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며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여권 내에서는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직접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해 저례가 없는 표현으로 언급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대표도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남북이 두 손을 맞잡을 날이 오길 기원한다고 밝힌 것은 남북관계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긍정적 발언"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