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학점포기제 도입에 나섰다.
학점포기제는 소속 학과의 교육과정에서 폐강된 이수과목 중 대치과목 또는 동일과목이 지정되는 않은 과목에 한해 이미 취득한 성적을 본인 의사에 따라 포기하는 제도다. 즉 이미 이수한 어떤 과목의 평점을 날려 해당 과목을 아예 안 들은 것처럼 취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취득한 학점 중 'C+' 이하는 선택과목에서 6학점까지 삭제가 가능하다. ‘F’ 학점도 지울 수 있다. 무엇보다 성적증명서에 이러한 이력이 남지 않는다는 점이 이점이다.
점수가 낮은 과목의 학점을 포기하고 평균학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필요에 따라 이 제도를 선택해왔다. 이것이 취업 유불리로 작용할 수 있고, 전과 등으로 인한 계열 변경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일각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점쳐지면서 선호하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제도는 학생들의 학점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에 2014년부터 폐지하는 추세에 들었다. 그런 분위기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요동쳤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됐고 이에 학생의 학력 차이가 커지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보완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보다 융통성 있는 학점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라 최근 다시 이 제도를 도입하자는 학교가 늘고 있는 모습이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체육대, 연세대가 학점포기제를 도입했고 숭실대는 현재 검토 중이다. 가장 먼저 학점포기제를 도입한 건 한체대였다. 한체대는 지난 7월 초 전국 최초로 학점포기제를 도입하면서 물꼬를 텄다.
이어 연세대가 지난달 초 1학기를 재난 학기로 규정하고 학점포기제를 도입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교육권이 침해됐다는 학생들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에 올해 1학기를 수강한 학생들은 해당 학기에 수강한 강의 중 한 과목에 한해 학점 포기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포기한 학점은 누적 평점과 석차 계산에서 제외된다. 2학기에는 최대 21학점까지 수강이 가능하게 됐다.
숭실대는 학점포기제 시행을 적극 검토 중이다. 숭실대는 최근 교무위원회를 열고 2021학년도 1학기부터 학점포기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수강 제도 변경에 대한 논의로 이뤄졌다.
숭실대는 교과목 폐지로 재수강이 불가능한 경우 6학점까지 포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D+였던 기존 재수강 대상 성적 기준을 C+로 변경하기로 했다. 재수강 시 취득 가능 성적은 B+에서 A-로 변경하는 것도 이번 논의에 포함됐다.
고려대의 경우 학점포기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최근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라서다.
대학의 재수강, 성적 관리 등은 각 대학에서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일부 대학에서 급부상한 학점포기제 부활이 타 대학으로까지 그 흐름이 이어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