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가 임산부에게 수혈할 경우 태아 기형 유발 가능성이 있는 헌혈금지약물을 복용한 사람에게 헌혈을 받고, 이를 무방비로 유통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대한적십자에서 받은 '헌혈금지약물 복용자 채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헌혈금지약물 복용자의 헌혈은 총 2724건이다. 제조한 혈액제제는 6267유닛(unit) 규모다. 더욱이 수혈용으로 출고한 사례는 무려 145건, 223유닛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민간은 2619건 채혈, 총 5985유닛의 혈액제제가 제조됐다. 군대의 경우 105건 채혈, 제조한 혈액제제는 282유닛이다.
약물별로 복용자 채혈을 살펴보면, 여드름치료제(아큐·로스탄·이소티나)가 5년간 총 173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립선비대증치료제(프로스키) 786건, 전립선비대증치료제(아보다트) 190건 순이다.
한 번 복용하면 3년간 헌혈을 금지하는 네오티가손(아시트레틴)도 12건을 채혈했다.
현재 대한적십자사는 임산부가 복용하면 기형을 유발할 수도 있는 아시트레틴과 아큐탄 등의 의약품을 헌혈금지약물로 지정해 이 약을 복용한 사람의 헌혈을 일정기간 금지하고 있다.
헌혈금지 약물로 지정한 의약품은 건선치료제·전립선비대증치료제·남성탈모증치료제·여드름치료제 등이 있다.
하지만 헌혈자가 문진 시 금지약물 복용 여부를 제대로 밝히지 않아 채혈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이에 적십자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방부 등과 협의해 '혈액사고방지 정보조회시스템(체제)'을 구축하고, 매일 금지약물 처방 정보를 제공받아 해당 약물 복용자로부터 채혈한 혈액의 출고를 막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 혈액이 출고되는 사건에 대해 적십자사는 "현재 파악되고 있는 헌혈금지약물 복용자의 혈액 출고 대부분은 요양기관에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 처방 정보의 등록이 이뤄지지 않거나 지연되는 문제 등으로 정보가 제대로 넘어오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백 의원은 "국내 헌혈인구가 연간 27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수도 있는 약물을 복용하고 헌혈하는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제때 정확히 파악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혈액사업은 국민의 생명과 관련해 안전성이 매우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각 기관 간 정보공유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데, 그러지 못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비록 현재는 모든 정보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보 제공에서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수혈받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실시간 공유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조속히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