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서봉총' 재발굴 보고서, 신라시대 왕족 ‘호화 식생활’ 공개
경주 '서봉총' 재발굴 보고서, 신라시대 왕족 ‘호화 식생활’ 공개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9.0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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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서봉총 재발굴 보고서…돌고래·남생이·성게 섭취
경주 대릉원 일원 신라왕족무덤, 조개류 1883점·물고기류 5700점
경주 '서봉총' 발굴 현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경주 '서봉총' 발굴 현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신라시대(1500년 전) 왕족이 돌고래를 비롯한 남생이(민물거북)·성게·복어 등을 먹고 이를 제사에 사용한 사실이 공개됐다. 

7일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시절인 1926년, 1929년에 두 차례 조사했던 경북 경주 서봉총을 2016∼2017년 재 발굴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서 서봉총은 북분에 남분이 나란히 붙은 쌍분으로 사적 제512호 경주 대릉원 일원에 있는 신라 왕족의 무덤 가운데 한 기로 서기 500년 무렵 축조됐다. 

해당 봉분은 조사 당시 스웨덴(서전·瑞典) 황태자가 발굴에 참여한 것과 봉황 장식 금관이 출토된 것을 고려해 서봉총(瑞鳳塚)으로 이름 지어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재발굴을 통해 무덤 둘레돌(호석·護石) 주변 큰 항아리로 추정되는 것을 두고 무덤 주인에게 음식을 바친 제사 흔적이 발견됐다며 서봉총에서 총 27개의 제사용 큰 항아리가 발굴됐다고 전했다. 

북분에 10개, 남분에 13개가 있으며 북분과 남분의 경계가 모호한 4개가 발굴됐다.

특히 27개의 큰 항아리에서는 종(種) 및 부위를 알 수 있는 동물유체가 총 7700점인 가운데 조개류가 1883점, 물고기류가 5700점으로 확인됐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발굴 조사를 통해 당시 무덤 주인을 위해 귀한 음식을 여러 개의 큰 항아리에 담아 무덤 둘레돌 주변에 놓고 제사를 지내는 전통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이런 제사 형태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같은 기록에도 기술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남분에서 발굴된 항아리들에서는 조개·물고기류 외에도 돌고래(바다포유류), 남생이(파충류), 성게류가 확인됐고 신경 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섭취가 어려운 복어도 발견됐다.

역사학 전문가들은 큰 항아리 속 동물 유체들이 신라시대 봉분 제사의 한 모습을 보여줄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식생활을 알려주는 좋은 자료라고 전했다.  

특히 남분에서 발굴된 큰 항아리 속 동물 유체들은 당시 신라 왕족들이 복요리, 성게, 고래 고기 등 현재 후손들에게도 고급 음식으로 여겨지는 재료들을 사용한 호화로운 식생활을 즐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박물관은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재발굴을 통해 일제가 밝히지 못한 무덤의 규모 및 구조를 정확하게 확인했다며 일제가 판단한 북분의 직경은 36.3m였지만 재 발굴 결과 46.7m로 더 웅장한 모습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돌무지덧널무넘(적석목곽분)은 금관총과 황남대총처럼 나무 기둥으로 가설물을 먼저 세운 후 쌓아 올리는 형식으로 축조됐다는 사실을 이번 발굴을 통해 최초로 확인했다고 박물관은 전했다. 

돌무지덧널무덤은 토지 아래 구덩이를 파고 나무 덧널 올린 뒤 돌을 쌓아 올리는 고분 양식이다.

일제는 서봉총이 금관 및 황금 장신구 등 수많은 부장품이 출토돼 학술 가치가 뛰어남에도  발굴보고서를 간행하지 않았다. 반면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014년 서봉총 출토품 보고서를 간행한 데 이어 서봉총 재 발굴 이후 유적 보고서를 발간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