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효과 부진에 여기저기 부동산 입법… 현실성 떨어지자 자제 촉구
'부동산 시장 안정'을 공언한 정부의 뜻과 달리 집값이 잡히지 않자 여당에서 돌출 법안이 난무하고 있다. 급기야 지도부가 제동까지 걸고 나섰다.
27일 국회 의안시스템 분석결과, 부동산 관련 입법안은 전체 3142개 중 약 120개로 집계된다. 주택·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부터 세법 개정까지 다양한 법안이 나왔다.
앞서 정부는 집값 상승을 막겠다며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여러 대책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본회의를 강행해 임대차 3법과 부동산 3세법 등을 처리했다.
처리한 안건은 전·월세 상한제와 전·월세 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도입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주택자의 부동산세율은 최고 6%까지 올리고, 법인세율은 최고 20%까지 늘린다는 법안과 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 및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의 법안도 적용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때는 분양권도 주택 수에 포함했다.
이같은 정부의 압박에도 부동산 투기 열기는 식을 줄 모르는 양상이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지난 24일 조사 기준 수도권 전셋값은 0.16% 올라 55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이 0.11% 상승했고, 경기는 0.22%였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이번 주 0.01% 올라 12주 연속 상승했다.
전날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을 봐도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1011만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1년 전 4억6541만원과 비교하면 4470만원, 약 9.6% 상승한 것이다. 2년 전인 2018년 8월 4억5583만원보다는 5428만원인 11.9% 오른 것으로, 최근 1년간 전셋값 상승이 그 이전 1년 동안보다 가팔랐음을 알 수 있다.
강남 지역(한강 이남 11개구)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년 사이 10.2%(5503만원) 올랐고, 강북 지역(한강 이북 14개구)의 평균 전셋값은 같은 기간 8.9%(3357만원) 올라 강남 지역의 상승률이 강북 지역보다 높았다.
이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9억8503만원으로 10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 역시 사상 최고 가격이다. 평균 아파트 값은 1년 전과 비교하면 1억5330만원(18.4%) 올랐고, 2년 전보다는 2억3525만원(31.4%) 상승했다.
아파트 매맷값이 전셋값보다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 강남 지역 11개구 평균 아파트 값이 1년 새 16.9%(1억784만원) 오르는 사이 강북 지역 14개구는 21.5%(1억3493만원) 뛰었다. 전셋값 상승이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반면, 매매가 상승은 강북 지역에서 심화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달 서울 부동산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140.2로 통계가 공개된 2016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 지수는 0∼200 범위에서 표현되는데, 100을 넘길수록 상승 전망이 강함을 의미한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이 앞으로도 계속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40세 미만의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달보다 2포인트 오른 131이다. 이는 한은이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가장 높다. 이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1년 뒤 집값이 지금보다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같은 실정에 정치권에선 앞다퉈 부동산 관련 법을 내놓고 있다. 다만 민주당에선 온갖 압박 법안이 쏟아지고 있어 지도부가 당황하는 모양새다.
실제 일부 의원은 국토교통부 산하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에 신용정보 등 개인정보 요구 권한을 준다는 내용의 법안이나 임차인이 6년간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한다는 내용의 법안, 부동산 매각을 거부하는 고위공무원에 대해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법안까지 나왔다.
이를 두고 김태년 원내대표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으로 부동산 정채고가 관련한 법안은 당 정책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발의하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입법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나온 부동산 관련 법안이 지나친 규제 내용을 담고 있거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