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신청해도 내년 출고…재고 줄어들 수도
국내 자동차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생산을 멈췄지만, 중국 부품공장이 문을 다시 열어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다만, 생산 공장 정상가동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 7일 전주공장을 제외한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2월10일 국내 완성차 공장을 모두 멈춘다. 기아자동차도 2월10일에는 공장 문을 닫는다.
이후 오는 11일에는 ‘팰리세이드’와 ‘GV80’을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2공장과 K시리즈 등을 만드는 기아차 화성공장이 작업을 재개한다. 오는 12일에는 다른 공장들도 문을 열 예정이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공장은 오는 17일 재가동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오는 11일부터 나흘간 공장 가동을 멈춘다. 중국에서 부품 생산을 재개해 한국으로 들여오기까지 시차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쌍용자동차는 오는 12일까지 생산을 멈춘다. 한국GM은 재고 상황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자국의 춘제(春節, 설) 연휴를 지난 2일까지 늘렸다. 각 지방정부는 기업들의 연휴를 일주일 더 연장해 2월9일까지 쉬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현지 공장도 가동을 멈춘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 통합 배선장치인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수작업 비중이 높아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에서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 들여오는 중국산 와이어링 하네스는 전체의 87%를 차지한다.
중국의 각 지방정부가 기존에 연장한 춘제 연휴 기간이 끝나면서 국내 업체들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와이어링 하네스를 생산하는 중국 공장들은 이미 6일 일부 가동을 시작했다.
다만, 문제는 아직 산적하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방역체계를 갖춰야 한다. 현재 업체들은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하는 게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송도 문제다. 중국에서 생산한 물건을 공항이나 항만까지 수송하기 위해 운송기사를 확보하고, 도로 통제를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중국 현지 직원들이 자가 격리를 하거나 감염에 대한 우려로 출근하지 않을 경우 부품 생산량이 이전보다 적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인기 차종을 우선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방침에도 팰리세이드와 GV80 등의 대기는 상당히 길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지금 주문하면 내년에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비인기 차종의 재고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나는 등 완성차업계에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