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3분기 실적 '희비'…하이트진로 '맑음' CJ '흐림'
식품업계 3분기 실적 '희비'…하이트진로 '맑음' CJ '흐림'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11.0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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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테라 앞세워 '어닝서프라이즈' 好실적 기대
오리온, 법인분할 후 영업이익 1000억원 돌파 '최대실적'
CJ, 간편식 경쟁에 판관비 증가·원가상승 '수익 악화'
롯데칠성, 일본 불매운동 여파 '처음처럼' 소주 부진
각 회사 CI. (제공=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하이트진로, 오리온)
각 회사 CI. (제공=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하이트진로, 오리온)

주요 식음료업체의 3분기 실적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불황과 인구 저(低)성장 등으로 식품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일부는 신제품 흥행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가 하면, 사업다각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곳들도 있다.

6일 유통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대형 식품기업들 중 3분기 호(好)실적이 가장 기대되는 곳은 ‘하이트진로’다. 오비맥주의 카스가 쥐고 있는 맥주시장 판도를 뒤집고 있는 ‘테라’ 맥주와 복고 열풍에 힘입어 인기를 얻고 있는 ‘뉴트로 진로’ 등 신제품이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두면서 ‘어닝서프라이즈’가 전망된다.

테라 맥주는 지난 3월 출시 이후 100여일 만에 판매 1억병을 돌파한데 이어, 8월 말 누계기준 2억200만여병의 판매고를 돌파하며 단기간에 입지를 구축했다.

실제 테라가 출시돼 본격적으로 판매가 된 지난 2/4분기 가정용 맥주시장(POS 소매점 매출액 기준) 점유율에서 오비맥주는 전분기보다 1.2% 줄어든 50.7%인 반면에, 하이트진로는 3.2% 늘어난 19.8%를 기록했다. 주류업계는 일본 불매운동과 여름 성수기인 3/4분기에 테라를 앞세운 하이트진로가 충분히 20%대 점유율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출시된 뉴트로 진로, 이른바 ‘진로이즈백’도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마케팅에 힘입어 출시 70여일 만에 1100만병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뉴트로 진로의 인기 덕분에 하이트진로가 전체 소주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60% 이상 확대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신제품 덕분에 증권가는 하이트진로의 3분기 실적을 두고 연결기준 매출액 5568억원, 영업이익 55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1.3%, 89.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영업이익 432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또, 3분기 호실적 기대에 힘입어 하이트진로는 2016년 4월 말 이후 약 3년 6개월 만에 시가총액 2조원을 재돌파하기도 했다.

제과업계 강자 ‘오리온’의 3분기 실적도 눈에 띈다. 오리온은 최근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300억원, 영업이익 1018억원을 기록해 법인 분할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29.4% 증가했다.

한국법인을 비롯해 중국·베트남·러시아법인 모두 신제품 인기로 수익성이 증대된 점이 크다. 특히 한국법인은 신제품 ‘치킨팝’과 ‘닥터유 단백질바’ 등이 좋은 성과를 냈고, ‘착한 포장 프로젝트’에 따른 제품 증량으로 소비자에게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은 덕분에 매출액은 4.4%, 영업이익은 35.0% 늘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올 4분기에도 프리미엄 미네랄워터 출시와 각 시장별 성수기를 겨냥한 마케팅을 통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동반성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대 식품기업 ‘CJ제일제당’의 경우 가정간편식(HMR)·밀키트(Meal-kit, 식사키트) 경쟁에 따른 판관비 부담과 원재료 상승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지난 2분기에 이어 올 3분기도 비관적인 실적이 예상된다.

증권가는 CJ제일제당 3분기 실적 전망치에서 매출액은 5조87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9%가량 늘지만, 영업이익은 2322억원으로 12.4%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식품부문에서 원가 상승부담과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줄어든 측면이 크다.

CJ제일제당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저수익 품목을 중심으로 현재 4200여개 품목을 올 연말까지 3200여개 목표로 줄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8%에 달했던 식품부문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5%로 반토막 가까이 났고, 올해는 3.5% 내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생물자원 부문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적자 폭이 커지고, 지난해 10월 간편식 등 가공식품 설비투자를 위해 5400억원을 투입한 충청북도 진천 생산기지와 1조8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의 대형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로 재무부담이 커진 영향도 있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가공식품의 해외 부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 환경이 열악해 빠른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음료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한·일간의 경제 갈등에 따른 ‘일본 불매운동’ 영향으로 주류 부문에서의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는 음료 매출이 탄산·커피·생수 등의 호조로 전년보다 3%가량 성장하고, 영업이익 역시 마진율 축소와 비용절감 등에 힘입어 10% 이상 성장세를 전망하고 있다.

다만, 주류는 3/4분기에 집중된 ‘노노재팬’ 등 일본 불매운동 여파와 경쟁상대의 신제품 출시에 따른 점유율 확대로 처음처럼 소주 매출이 20% 가까이 감소하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주류 부문의 3/4분기 영업적자는 21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90억원 가량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류 실적이 부진하면서 3/4분기 전체 실적은 시장 예상치(매출액 6750억원·영업이익 510억원)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