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플랫폼 중심의 한계 벗기 위해 쇼핑·콘텐츠 등 다방면으로 확장
-2014년부턴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등 기술기업으로 도약 준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산 8조2660억원인 재계 45위 네이버 주식회사는 검색플랫폼 네이버를 기반으로 성장,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기업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대중들의 콘텐츠 소비양상이 동영상으로 변화되는 시점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구글 등에 위협을 받기도 하지만, 검색플랫폼을 넘어, AI(인공지능) 등 기술플랫폼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확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 네이버, 깔끔한 지배구조… 석연치 않은 동일인 지정
1997년 삼성SDS 사내벤처 ‘웹글라이더’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네이버는 이듬해 분사 후 한게임과 합병, NHN과 분리 등의 과정을 거쳐 현재 네이버 주식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그룹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를 정점으로 소프트웨어·콘텐츠 개발, IT인프라 운용, 금융·투자 등 약 42개의 계열사로 구성된다. 네이버는 네이버랩스를 비롯해 네이버웹툰, 네이버아이엔에스,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오디언소리, 엔비전스, 서치솔루션 등의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네이버는 해외법인으론 일본 ‘라인코퍼레이션’의 지분 78%를 보유 중이며, 라인코퍼레이션은 라인 플러스와 라인파이낸셜, 라인페이, LFG홀딩스, LVC 등을 100% 지배하고 있다.
특이점은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투자책임자(GIO)가 ‘동일인’으로 지정됐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부터 네이버를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에 올리면서 이 GIO를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 GIO가 100% 지배 중인 회사 ‘지음’도 네이버 집단에 포함시키고 있다.
다만 이 GIO의 네이버 지분은 4.31%(27일 기준 3.72%)에 불과하다. 이 GIO의 가족, 친지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네이버 또는 계열사의 지분은 없다. 지음과 네이버 집단 간의 내부거래도 전무하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11.1%로 네이버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는 오히려 정부 기업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 GIO가 지분은 적어도 국민연금과 해외기관투자자를 제외하면 최다출자자이며, 1% 미만의 소액투자자가 대부분이라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정 취지가 과거 대기업들의 순환출자와 오너 일가들의 사익편취방지를 위한 것인 만큼, 공정위의 결정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네이버 “인플루언서 오세요”…창작자 보상·지원 강화
우리나라 최대의 인터넷 검색 포털인 네이버는 광고와 일반·쇼핑검색, 콘텐츠 판매 등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아 지속 성장 중이다. 네이버의 연결기준 매출은 2016년 4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 5조5869억원으로 증가했다. 작년 매출의 44.3%는 일반·쇼핑검색(비즈니스플랫폼)에서 발생했고, 라인과 기타플랫폼 36.8%, 광고 10.3%, IT플랫폼 6.4% 순으로 뒤를 이었다.
모바일 이용률 증가, IT기술의 발전 속에서 네이버도 같이 커 온 셈이다. 다만 급변하는 IT환경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그중 코앞에 닥친 위협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내세운 구글이다.
인터넷 통계 데이터 전문기업 인터넷 트렌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국내 포털사이트 점유율은 2016년 11월 87.8%에서 지속적으로 감소, 올해 4월엔 53.7%까지 떨어졌다. 반면 구글은 2017년 7월 0.18%에서 지난 4월 38.2%로 증가했다.
네이버가 뉴스를 비롯해 ‘지식인’ 등 활자 중심의 콘텐츠로 국내 시장을 장악했지만, 젊은 세대들이 영상으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유튜브를 선호하면서 네이버의 영향력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술, 콘텐츠 확대, 동영상 강화 등으로 기존 사업역량을 확대하고, 기술기반 기업으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우선 이달 8일 열린 네이버 커넥티드에서 발표된 ‘창작자 중심의 새로운 검색 서비스와 지원방안’이 대표적이다.
네이버가 준비 중인 ‘인플루언서 검색’은 꾸준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온 창작자를 위해 준비한 서비스다. 핵심은 ‘키워드챌린지’로, 창작자가 특정 키워드를 선택해 관련 콘텐츠를 등록하면 창작자와 해당 콘텐츠가 검색 결과의 상단에 노출될 기회를 얻는다.
또 ‘인플루언서 홈’에는 별도의 광고를 적용해, 창작자와 광고주 간의 연결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창작자들을 위해 ‘애드 테크(AD tech)’도 고도화하고 있다. 애드 테크는 광고가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성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가장 적합한 광고를 적절한 위치에 노출하는 기술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애드 테크’ 고도화로 창작자들의 보상규모와 광고성과는 작년 대비 각각 4배, 8배가량 증가했다.
네이버는 △‘포인트 시스템’을 창작자와 연결해 후원 △블로그 내 동영상에 브랜드 광고 적용 △창작자 리뷰를 광고 소재로 사용하는 기능 등 다양한 방법의 보상 프로그램도 검토 중이다.
또 창작자 지원을 위해 AI 데이터 분석 도구인 ‘크리에이터 어드바이저’를 새롭게 오픈한다. ‘크리에이터 어드바이저’는 △빅데이터 기반의 최신 트렌드 현황 분석 △인플루언서 검색 △다양한 채널에서 발생한 사용자 지표와 광고 수익 통합 관리 △콘텐츠 재생 구간별 사용자 패턴 분석 △타 채널 대비 자신의 장단점 분석 기능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콘텐츠 분야에선 네이버웹툰이 선전하고 있다. 글로벌 지역에 서비스 중인 네이버웹툰(라인웹툰, 라인망가 등 포함)은 월간 순 방문자(MAU) 6000만을 달성했고, 한국,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서 1위를 차지 중이다. 네이버웹툰은 영상 기획·개발 자회사 스튜디오N 등을 통해 콘텐츠 IP(지식재산권) 기반 비즈니스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인공지능 등 기술 중심 플랫폼으로 전환 가속화
네이버는 AI와 클라우드 등 B2B(기업 대 기업간 거래)로 사업 영역의 확장도 가속화 한다. 네이버의 AI플랫폼 클로바는 챗봇, 음성 인식, 음성 합성, OCR, 이미지 검색, 얼굴 인식, 비디오 분석, 머신러닝 플랫폼, 텍스트 분석 등 총 9개의 AI 핵심 엔진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은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10개의 해외 리전과 거점을 확보하고, 글로벌 고객사 유치에 뛰어 들었다. 이들은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 중 최초로 국제기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남아 SaaS 1위 업체 ‘데스케라’와 계약을 맺었다. 이달 24일엔 금융IT서비스 전문기업 코스콤과 올해 초부터 함께 구축한 금융 전용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도 개소했다.
네이버는 금융 사업도 본격화 한다. 사내독립기업인 네이버페이를 물적분할 형태로 분사하는 방식으로 11월1일 출범이 목표다. 네이버페이가 온라인쇼핑을 통해 쌓아온 ‘고객들의 결제’ 경험을 금융영역으로 확장한다는 게 골자다.
신규 법인의 대표는 그간 네이버에서 기술, 서비스, 비즈니스 영역 등을 총괄해온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겸직한다.
일본 라인은 1억6000만명이 넘는 이용자 수를 확보한 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핀테크 사업으로 확장 중이다. 지난 2014년 출시된 라인페이 이용자는 올해 6월 기준 4800만명이며, 라인페이의 연간 글로벌 취급액은 작년 기준 1조680억엔을 넘겼다. 라인은 최근 일본에서 현지 투자자 전용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맥스(BITMAX)’를 개소했고, 대만과 일본 등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 중이다.
네이버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털을 넘어 기술플랫폼으로도 진화를 꾀하고 있다.
네이버랩스가 2015년 발표한 ‘프로젝트 블루’는 네이버의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자율주행 연구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담고 있다. 이듬해 네이버랩스는 자율주행 매핑로봇을 비롯해 인공지능 플랫폼, 번역기, 웹브라우저, 자율주행차 등의 연구 성과를 공개했고, 2017년 분사하면서 규모를 확장했다. 또 올해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9에선 퀄컴과 협력으로 세계 최초 5G 브레인리스 로봇을 시연하기도 했다.
아울러 네이버는 다양한 해외 기술기업들에 투자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는 지난 2016년 유럽에 2억 유로의 펀드를 조성해 10개 현지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작년 6월엔 AI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을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