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기다기관 리콜조치…EGR 내구성 검증 후 추가리콜 결정키로
올해 BMW 차량 52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BMW 측의 결함은폐·축소, 늑장리콜 정황이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BMW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키로 했다.
24일 국토교통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근거해 이 같은 조치계획을 밝혔다.
우선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BMW 측에서 밝힌 차량 화재원인과 실제 화재경로가 달랐다. 앞서 BMW는 리콜계획서 및 대국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차량 화재원인이 EGR쿨러 균열에 따른 냉각수 침전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냉각수가 누수되더라도 △높은 누적주행거리 △고속 정속주행 △바이패스밸브 열림 등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제한적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EGR 쿨러 균열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화재 발생원인인 것은 맞다. 그러나 바이패스밸브 열림은 화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오히려 EGR밸브 열림 고착이 관련돼 있다는 것을 화재재현을 통해 밝혀냈다.
또한 조사단은 EGR쿨러 내 '보일링(냉각수가 끓는 현상)'을 확인했고, 이 같은 보일링은 EGR 설계결함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다. 'EGR 설계결함'이란 EGR쿨러 열용량 부족 또는 EGR 과다사용을 포함하는 의미다. 보일링이 지속될 경우, EGR쿨러에 반복적으로 열충격이 가해져 EGR쿨러 균열을 만들 수 있다. BMW 측의 EGR쿨러 설계사양서에도 '주어진 조건으로 실시하는 보일링 시험에서 국부적 보일링이 없을 것'이 명시돼 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해 BMW의 소명과 연구원의 추가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EGR쿨러 균열이 가속화된 데에는 경고(알림)조치 없이 EGR쿨러 내에 가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단은 EGR밸브 반응속도가 느리거나 완전히 닫지 못하는 현상, 그리고 이에 대한 경고(알림)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사실을 확인했다.
BMW 측의 리콜조치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과정에서 일부 BMW 디젤차량이 당초 리콜대상 차량과 동일 엔진·EGR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 지난 7월25일 1차 리콜에서 제외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사단이 해명을 요구하자 BMW 측은 지난 10월19일 추가 리콜을 실시, 조사단은 BMW가 1차 리콜 시정대상을 축소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시정조치가 없었던 흡기다기관의 경우 오염되거나 약화돼 물리적 파손이 있을 수 있는 데다가 지난 10월 실제 EGR모듈을 교체한 리콜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한 바 있어 흡기다기관 또한 리콜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조사단은 일각에서 제기된 '소프트웨어 인위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박심수 조사단장은 "EGR쿨러가 냉각해줄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해서 EGR을 사용했다는 것은 설계결함이라고 봐야한다"며 "소프트웨어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와 관련, 국토부는 우선 BMW 측의 시정조치에서 빠진 흡기다기관에 대해 리콜대상 차량 전체에 걸쳐 리콜을 즉시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해당하는 차량은 65개 차종 17만2080대로 추산된다. EGR 보일링 현상과 EGR밸브 경고시스템과 관련해서는 BMW에 즉시 소명을 요구하는 한편,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는 내구성 확인을 위한 검증과 조사를 이행토록 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조속히 추가리콜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결함은폐·축소, 늑장리콜과 관련해서는 BMW를 검찰에 고발조치할 예정이다. 특히 늑장리콜에 대해서는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키로 했다. 이 같은 과징금은 1차리콜 차량 1493대, 2차리콜 차량 2만1177대 등 2만2670대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현행 법률상 늑장리콜 과징금은 2016년 6월30일 이후 제원통보받은 차량부터 적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 근거하여 소비자 보호를 위해 BMW에 추가리콜 요구, 검찰고발 및 과징금 부과 등을 신속하게 이행하겠다"며 "국민안전 확보를 위해 리콜제도 혁신방안이 담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 8월 총 32명으로 구성돼 BMW로부터 제출받은 자료검증과 엔진 및 차량시험을 병행해 화재원인 등을 조사했다. 앞서 7월 BMW가 내놓은 리콜조치에 대한 적정성 등을 판단하기 위함이었다. 조사단은 4개월에 걸친 조사결과를 최근 국토부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