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요람 美실리콘 밸리는 '탈 스마트폰' 바람
스마트폰이 영유아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자녀의 교육에 다소 보수적이라 알려진 한국의 부모는 스마트폰이 영유아에게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에선 영유아들이 스마트폰을 만지는 것에 다소 허용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아이들이 말보다 스마트폰 '잠금해제'를 먼저 배운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는 연세대 바른ICT연구소가 28일 발표한 만 12개월~6세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 602명을 대상으로 한 자녀 스마트폰 사용실태 조사에서 자세히 나타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태블릿PC 사용이 아이들 교육이 도움이 되나'란 질문에 부모의 절반 이상인 57%가 교육적 효과를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49%는 '대체로 그런 편'이라고 답했고, 8%는 '매우 그렇다'라고 답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와 '그렇지 않은 편' 등 부정적 인식은 모두 합쳐도 10%에 불과했다.
반면 정보기술(IT) 기업의 요람인 미국 실리콘밸리 출신 또는 거주하고 있는 부모들은 자녀들이 스마트폰에 접근하는 것조차 불허하는 추세다.
오히려 실리콘밸리에선 자녀들에게서 스마트폰을 멀어지게 하는 '탈 스마트폰'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탓에 최근 이 지역에서는 시간제 보모를 고용할 때 '노 스크린 계약'이 유행이다. 노 스크린 계약이란 아이를 돌보는 중에 스마트폰, 컴퓨터, TV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정보기술 시대를 선도해 온 미국 IT업계의 거물들도 자녀가 전자기기와 친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로 빌 게이츠는 자녀들이 14세가 될 때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었다.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도 아이패드를 탄생시켰을 때 그는 자녀에게 아이패드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한국과 달리 하루가 멀다 하고 혁신적인 기술이 속속 등장하는 세계 소프트웨어 IT산업의 중심지의 자녀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날로그 시대'로 회귀고 있는 셈이다.
한 전문가는 “국내외 연구자들은 스마트 기기를 아이들의 신체적·인지적 발달 저해요인으로 꼽는다”면서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해 학부모가 돈과 노력, 에너지를 많이 투입해도 스마트 기기 사용은 이런 노력들을 무효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