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경기도와 건설업계, 왜 표준시장단가로 싸울까?
[이슈분석] 경기도와 건설업계, 왜 표준시장단가로 싸울까?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10.14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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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품셈 적용 때보다 낙찰가 낮아져 '발주자에 유리'
단가현실화 문제로 100억원 미만 공사에는 영구배제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건설관련 협회·조합장들.(사진=경기도·천동환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건설관련 협회·조합장들.(사진=경기도·천동환 기자)

표준시장단가 확대 적용을 두고 경기도와 건설업계의 신경전이 뜨겁다. 경기도가 추정가격 100억원 미만 건설공사에도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에 필요한 절차를 추진해 나가자 건설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강도 높은 비판과 호소를 병행하며, 경기도를 압박하고 있지만 경기도 역시 양보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체 무엇이 이들을 외나무다리에 세웠을까? 이번 다툼의 핵심 키워드 '표준시장단가'에 대해 알아봤다.<편집자주>

14일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에 따르면, 공공건설공사 예정가격은 표준시장단가 또는 표준품셈, 거래실례가격, 견적가격에 의해 산정한다.

예정가격이란 계약담당자가 입찰이나 계약 체결 전에 미리 작성 비치해 두는 가격을 말한다. 이후 공사입찰이 예정가격에 기초해 이뤄지기 때문에 예정가격은 최종 계약금액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정가격을 산정할 때 어느 한 가지 가격기준만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며, 발주자가 각 항목별로 우선 순위를 정해 가장 적합한 가격기준을 사용한다. 각기 다른 기준이 적용된 항목별 공사비를 합산해 전체 예정가격을 산출하는 것이다.

가격기준 중 표준시장단가는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의 예정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가장 일반적인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재료비와 노무비, 경비 등을 기준으로 산정된 공사비에 대해 실제로 시행한 공사의 공종별 시장거래가격인 계약단가와 입찰단가, 시공단가 등에서 추출한다. 단순히 계약·입찰서류를 조사해서 산정하는 것은 아니고, 시장가격 조사 및 원가 검증 등 다양한 기술적 요소를 토대로 작성한다.

정부는 지난 2004년 상반기부터 공공건설공사 예정가격 산정을 위해 '실적공사비제도'를 도입했는데, 계약단가 위주의 실적공사비가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함에 따라 2015년3월부터 고려 요소를 다양화한 표준시장단가를 개발해 운영 중이다.

표준품셈 역시 공공건설공사 예정가격 산정의 대표적 기준이다. 재료비를 비롯해 △노무비 △경비 △일반관리비 △이윤 등 원가에 기초한 계산방식으로, 공공은 물론 민간공사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표준시장단가와 표준품셈은 모두 국토교통부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개정·공고하는데,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면 표준품셈을 적용할 때보다 예정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산정 방식 자체에 차이가 있을뿐만 아니라 정부가 표준시장단가를 표준품셈보다 낮게 유지하려는 기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열린 국토부 공사비산정기준 심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표준시장단가는 표준품셈단가의 약 82%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몇 몇 분석을 보면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느냐 배제하느냐에 따라 최종 낙찰가격이 4% 내외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경기도는 지난해와 올해 수행한 100억원 미만 공사 32건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해 본 결과 기존 표준품셈을 적용했을 때보다 평균 4.5%, 최고 10.1%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또, 건설업계는 50억원 규모의 공공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경우 최종 낙찰금액이 약 3.6%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공사비원가관리센터 공식 홈페이지(https://cost.kict.re.kr)를 운영 중이다. 여기서는 표준시장단가와 표준품셈에 대한 소개 자료 및 단가집 등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건설기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공사비원가관리센터 공식 홈페이지(https://cost.kict.re.kr)를 운영 중이다. 여기서는 표준시장단가와 표준품셈에 대한 소개 자료 및 단가집 등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건설기술연구원)

◇ 중소규모 공사 배제 '법으로 규정'

현재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체결하는 건설공사계약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에 따라 이뤄진다.

이 법 제11조(예정가격의 작성) 3항은 계약에 필요한 예정가격의 작성시기와 결정방법, 기준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 시행령 제10조는 다시 공사계약시 예정가격을 결정함에 있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인정한 표준시장단가를 사용하도록 하면서, 여기서 규정한 사항 외에 예정가격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행정안정부장관이 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정하는 '지자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은 "예정가격의 결정기준은 시행령 제10조에 의하되, 추정가격 100억원 미만인 공사에는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행안부는 이 기준을 지난 2015년3월9일 시행했다. 이전에는 예정가격을 산정함에 있어 규모에 관계없이 '실적공사비' 기준을 일괄 적용했지만, 기준으로 삼았던 실적공사비를 표준시장단가로 바꾸면서, 규모에 따라 적용 기준에 차등을 뒀다. 1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서는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영구 배제하도록 한 것이다.

이 내용은 2015년1월22일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최종 확정됐는데, 중소규모 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경우 건설업체가 적정공사비를 받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당시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건설공사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유예토록 했으며,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표준시장단가 적용이 시작됐다.

경기도는 지난달 13일 100억원 미만 공사에도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기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자료=경기도)
경기도는 지난달 13일 100억원 미만 공사에도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기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자료=경기도)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