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레스토랑 '공유식탁 THE PATH'
신개념 레스토랑 '공유식탁 THE PATH'
  • 김견희 기자
  • 승인 2018.01.3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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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도서 대여, 영화 상영...콘텐츠가 있는 식당
"식사를 넘어 삶을 공유하는 영양가 있는 공간"
(사진=공유식탁 THE PATH 제공)
(사진=공유식탁 THE PATH 제공)

김포시 장기동 먹자골목 안. 술집과 밥집으로 북적북적한 이곳에 수상한 가게가 하나 들어섰다. '공유식탁 THE PATH'. 식탁이라는 이름이 들어가있는 걸 보니 먹는 곳은 분명한데 공유는 무엇이고 'THE PATH'는 또 무엇인가. 

이 식당은 오프라인 체험 샵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유통하고, 고객들에게 줄 수 있는 지식문화콘텐츠로 고객을 머무르게 한다. 신유통 레스토랑 문화를 이끌기 위해 노력 중인 '공유식탁 THE PATH'의 송민재 대표를 만나봤다.

Q:이름이 알쏭달쏭하다. 무슨 의미인가?

"밥 한끼 하시죠?"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보게됐다. 단순히 밥을 먹자는 이야기는 아니었다."당신과 이야기하고 싶고 일이든, 일상이든 내 삶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밥도, 이야기도 모두 맛있고 영양가 있는 곳으로 말이다.

그때 '공유'라는 말이 떠올랐다. 삶과 일을, 머리 속에 있는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곳.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다보면 내가 안고 있는 문제나 가고자 하는 길의 방향성도 제시해줄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다 담아낼 수 있는 이름이 '공유식탁 THE PATH'였다.

Q:삼겹살을 메뉴로 택한 이유는?

우연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듯하다. 모 방송국에서 지방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뱃살때문에 몸이 많이 안좋아진 상황이었는데 당장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지방을 섭취해야 하는데 가장 만만하게 떠오르는 것이 삽겹살이었다. 하지만 매일 구워먹다보니 느끼하기도 하고 지겨워졌다. 그래서 이것저것 마리네이드를 해보고 굽는 방법도 달리해보고 소스를 만들어 찍어먹기도 했다. 그러다가 고기를 연구하게 되고 숙성이라는 것에 빠져들었고 여기까지 왔다.

Q: 원래 음식을 하던 사람이었나?

아니다. 국내 대기업의 IT연구원이었다. 음식과는 거리가 있었다. 음식점까지 해볼 생각은 없었는데 먹어본 주위 사람들이 모두들 권유했다. 하지만 권유한다고 선뜻 음식점을 내기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고민을 하다 이왕에 하려면 제대로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기를 각기 다른 방법으로 마리네이드 해보고 굽는 방법도 달리해 최적의 레시피를 만든 다음 100여명의 지인들에게 보내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거쳤다. 그 기간동안 먹은 삽겹살 80짝이다. 3600인분이 넘는다. 이만하면 손님상에 내도 되겠다 싶었을 때 식당을 오픈했다.

Q: 최적의 레시피는?
 
어느정도는 공개 가능하다. 6가지 천연재료를 일일이 고기에 잘 베이게끔 손으로 마리네이드 한다. 순서가 바뀌거나 양이 조금만 차이나도 맛에 변화는 크기 때문에 마리네이드 할 때는 아무도 주방안으로 못들어 온다. 예전에 일할때보다 더 집중해서 하는 것 같다. 그 뒤에 전용 숙성고에서 숙성한다. 숙성온도도 중요하고 숙성기간도 중요하다. 우리집 고기는 12~15일에 최적의 맛을 낸다. 그 기간동안 숙성된 고기만 손님상에 낸다.
구울때는 초벌로 조금 굽고, 숯불에 다시 구운 다음 보드카로 불 맛을 입히면서 다시 한번 잡내를 없앤다. 마지막에는 달궈진 무쇠팬에 구운 야채와 함께 담아 내는데 손님이 직접 굽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따뜻하게 식사하실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진=공유식탁 THE PATH) 제공
(사진=공유식탁 THE PATH 제공)

Q:요즘 유행하는 슬로우레시피인것 같다.

맞다. 요즘 이런 말이 유행하고 있지만 사실 요즘 생긴 개념이라기보다 예전에 있었는데 사라진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메주로 된장을 만들어서 끓여주던 된장국에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따다 직접 만든 된장에 찍어먹던 과거의 밥상이 슬로우레시피아닌가. 엄마와 아빠 모두 사회생활을 하고 회사일과 가정일을 병행할 수 없게되자 패스트푸드가 발달하고 점점 오랫동안 정성으로 만든 음식들이 사라졌다. 하지만 엄마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 않겠나. 패스트푸드가 안좋다는 지식이 상식이 되어갈무렵 슬로우푸드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게되고 그게 바로 지금 타이밍인것 같다.

Q: 지식과 삶을 공유하는 프로그램들은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

상시로 운영하는 것은 2가지 정도다. 우선 지식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책을 공유한다. 가게에 'Shared wisdom'이라고 하는 장소가 있는데 거기에 비치된 책은 원하는 만큼 기부하고 가져갈 수 있다. 기부금은 연말 전액 어린이 재단에 기부한다. 

두번째로 무료 영화를 상영한다. 삶과 지식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책과 영화인 것 같다. 영화는 또 하나의 삶이니.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브레이크 타임 시작시간인 3시부터 상영하고 누구나 와서 편하게 보고 가시면 된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준비가 거의 마무리됐고 곧 공개할 예정이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남길 수 있는 정신적 유산(遺産)을 아이와 엄마가 함께 만들어 책으로 남기는 프로그램을 현직 작가가 함께 해주기로 했다. 주로 이런 정신적 가치와 교육에 집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이제 시작이라 계획을 말하기에도 조심스럽다. 스타트업은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가난한’ 신생기업이라고들 한다. 기술이라는 것이 꼭 IT기술만은 아닐 것이다. 음식도 과학이고 기술이다. 재료의 양, 순서, 온도, 습도, 보관의 방법…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하지않으면 ‘그 맛’이 안난다. 
식당이 오프라인으로 자리를 잡으면 삼겹살 자체를 브랜드화해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공유라는 콘셉트도 살려서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체험을 하고 온라인에서는 편하게 구매하고 커뮤니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우리 고기를 매개로 만난 사람들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장소가 될 것이다. 갈 길은 멀지만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

[신아일보] 김견희 기자 peki@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