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코드 브랜드화…한국의 '情' 중국에선 '인(仁)'으로
여자 셋이 모이면 빠질 수 없는 이야기는 '맛집'이다. 그렇다면 성인 남자 셋이 모였을 때 꼭 나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군 복무 시절 먹은 ‘초코파이‘다. 군대에 다녀온 남성들은 세대를 막론하고 행군 도중 먹었던 초코파이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다며 입 모아 말한다.
초코파이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건 1974년 4월이다. 당시 동양제과였던 오리온 초코파이는 개당 50원이었다. 이후 롯데제과와 크라운해태 등에서도 줄줄이 초코파이를 출시했지만, 아직까지 오리온 초코파이가 ‘원조’로 인정되고 있다.
올해로 43살인 오리온 초코파이가 원조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리온은 '맛'을 꼽았다. 여기에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미생물 변패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해 부드러운 식감을 살렸단다.
하지만 일각의 시각은 좀 다르다. 초코파이의 경쟁력은 '정(情)'에 있다고 한다. 오리온은 1989년 '정(情)'이라는 콘셉트를 도입 하고, 1995년 2월 초코파이의 정식 명칭을 '초코파이 情'으로 바꿨다.
여타 제과업계가 모두 '초코파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때 한국인의 감성코드인 '정'을 접목시켜 소비자와의 공감대 형성은 물론 브랜드가치를 굳건히 했다는 것.
이 같은 공감 마케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했다. 수출국의 고유한 정서에 접목시키는 현지화 전략이 세계시장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 것.
중국 시판용 제품에는 중국인들이 중시 여기는 가치인 '인(仁)'을 접목시켰으며, 베트남에서는 정을 의미하는 'Thin'이라는 단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 문화권 국가에 수출하는 제품에는 돈피에서 추출한 젤라틴이 아닌 우피 젤라틴을 사용하는 등 나라별 문화와 특성에 맞춘 섬세한 현지화 전략도 글로벌 시장을 매료시킨 데 한몫했다.
이처럼 지속적인 리뉴얼을 통해 국민과자로 거듭난 초코파이는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만 약 20억 개 이상 팔리는 등 세계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제사상에 초코파이를 올릴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고.
오리온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 판매되는 제품에도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리뉴얼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초코파이가 국민과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도록 맛과 품질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