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으로 인한 역사적 트라우마는 현재까지도 분단국가로 낙인 되어 있는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아픔이지만 비단 우리 민족만의 전쟁과 아픔은 아니었다.
그 이면 속에는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싸워준 나라들이 있었다.
UN결의 하에 참전한 21개국을 비롯해 각종 물자지원을 제공한 42개국 등 세계 각국의 도움으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보존하고 국가 생존을 지킬 수 있었다.
이 중 약 4만 명의 참전용사가 이 땅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세계평화라는 큰 사명을 가진 젊은 청년들이었을 것이고 또 가족의 생계를 위해 먼 타국 땅에 파병을 지원 한 아버지였을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분단의 조용한 포화 속에서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는 얼마나 가슴으로 그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에게 그들의 희생과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은 조금 피상적으로 느껴질 수 도 있을 것이다.
혹은 한국전쟁의 시기와 배경에 관해 짧게 암기만 하고 있는 젊은 청년들도 있을 것이다. 이 짧은 글을 쓰는 나 역시도 그저 단편적인 지식밖에 알지 못했다.
얼마 전, 뉴스에서 칠레와 에디오피아 주재 외교관들의 성폭행, 성추행 기사를 접하고 크게 부끄러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 에디오피아는 한국전쟁 당시 UN참전국이었다. 1953년 이탈리아가 전쟁으로 에디오피아를 식민지화 하였을 때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하였지만, 그 누구도 에디오피아를 도와주지 않았다.
하지만 식민지 해방 후 한국전 참전요청을 수락하였으며 약 120명의 젊은이들이 이 땅에서 전사했다. 아무런 관계도 파병의 당위성도 없던 나라에 손을 내밀어 준 이유는 식민지의 설움과 아픔을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나라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은혜의 나라에서 한국외교관의 파렴치한 행동을 보고 지금의 참전용사의 후손들이 어떻게 생각을 했을 지와 에디오피아는 UN참전국 21개국 중 한 나라라는 건조한 지식만 있던 나를 생각하니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 마냥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느껴졌다.
한 개인의 비윤리적인 치부라고 인정해 버리기에는 이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아버지가 없는 필리핀의 고아 ‘코피노’, 차별받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외면하고 싶은 부끄러운 일들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의 나라는 70년 전 우리나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싸워 주웠으며 희생되었던 참전용사들의 나라라는 것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전쟁을 겪어 보지 않았더라도 그들의 아픔과 설움이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더라도 어려울 때 도와주웠던 UN참전국에 대한 역사적 사실만으로도 그들을 잊지 않고 관심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참전용사들의 나라에 대한 진정한 예우를 갖추어야 할 때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그들의 후손들이 두 번 상처받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이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손을 내미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인 것이다.
다가오는 11월 11일 11시 유엔기념공원에서 세계평화와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UN군 전사자의 고귀한 넋과 희생을 기리고, 그들을 기억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1분간의 추모묵념을 시작으로 턴투워드부산 추모행사가 진행된다. 많은 사람들이 짧은 1분 동안만이라도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부산지방보훈청 총무과 조명자